Pet-Pass를 접고, 다음으로 간다
일단 여기서
Pet-Pass는 돌아갑니다. 매일 두 번 sync가 돌고, DB에 데이터가 쌓이고, 지도에 핀이 찍힙니다. 코드도 있고 인프라도 있습니다.
근데 아무도 안 씁니다.
정확히는, 이 기능이 있다는걸 알리기도 어렵고, 재방문을 유도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건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거든요.
왜 안 쓰이는가
생각해보면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첫째, 이미 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앱이나 플랫폼에는 이미 동반 가능 매장 정보가 있습니다. 굳이 새 사이트를 찾아올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확장하려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동물병원 1200곳 데이터, 접종 예방 정보, 민간 데이터... 공공 데이터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닌 영역이었습니다. 파고들수록 더 깊어지더라고요.
셋째, 다시 올 이유가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다른 사이트에 비해 특출난 차별점이 없어요. 새로운 업데이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서비스입니다.
세 가지 다 코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3주로 뭘 배웠나
기술적인 건 각 포스트에서 다 썼습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거거든요.
3주 동안 2026년식으로 개발하는 게 어떤 건지 조금 알게 됐습니다. 깃허브와 친해졌고, 에이전트들과 친해졌습니다. 어떤 걸 AI에게 시키고 어떤 걸 제가 결정해야 하는지 감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AI가 코드를 짜는 게 신기했는데, 3주 지나니까 그게 그냥 당연해지더라고요.
AI가 못 하는 게 뭔지도 보였습니다. 뭘 만들지, 왜 만드는지, 지금 방향이 맞는지. 그건 계속 제가 판단해야 했습니다.
진짜 문제
Pet-Pass를 만들면서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무리 제가 하루종일 테스트를 해도, 여러 개의 AI를 붙여서 테스트를 해도 — 많은 사람이 동시에 들어올 때 생기는 문제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테스트 환경에선 절대 안 나오는 문제들이 운영 환경에서 있다는 걸 실무에서 배웠고, 그간 제가 아는 해결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Pet-Pass를 통해 배웠습니다.
그러면 그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들어오는 서비스가 필요했거든요.
어떤 서비스여야 하는가
Pet-Pass가 역설적으로 조건을 알려줬습니다.
즉각적이어야 합니다. 들어와서 5초 안에 뭔가 나와야 합니다. 결과를 자랑하고 싶어야 합니다. 스스로 퍼지는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복잡하지 않아야 합니다.
밈사진랜덤생성기
현재 이름은 pick-a-meme 으로 만들었습니다. 피카-밈으로 읽어야 할까... 아직은 가제인 단계입니다.
밈으로 쓰일 만한 동물·캐릭터 이미지가 30종. 밈 문구가 100종. 귀여운 스티커가 20종.
"랜덤 생성" 버튼을 누르면 이게 조합됩니다. 이미지와 문구는 무조건 하나씩. 스티커는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문구 위치도 살짝 랜덤입니다.
무작위 로직을 통해서 결과물에 희소성을 부여합니다. 이를 이용해 트래픽을 유도하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pick-a-meme 블로그에서 계속 하겠지만 Pet-Pass에서 쌓은 인프라 지식의 정반대 방향에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근데 그 인프라를 알아야 이걸 제대로 굴릴 수 있습니다.
Pet-Pass에서 배운 것
AI는 만능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써도, 결과물의 상한선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가진 맥락의 깊이에서 결정됩니다.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입니다.
AI가 설계자의 지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아직은 어렵습니다. 결국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개발자의 역량이 되는 시대네요.
그 능력을 기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었습니다. Pet-Pass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